울타리 벗어나면
날개 돋을 줄 알아도
낯 선 들판이나
산모퉁이
뉘집
처마 아래
새우잠 자다보면
찬 바람이 등줄기 후려치고
지친 심령의 우물
매말라 가는데,
낡은 신발에
모래먼지 달라붙는
손 시린
저자거리의
주린
호구지책으로
언 손 내밀어
찬밥 한 덩이 구걸 해도
수상한 세월에
주는 자 없더라.
꿈 속에 그려보는
아버지의 집
자유라고 착각했던
방탕 접어
차라리 얽매 였던 것이
자유인 것을 깨닫고
손 털고
누덕진 발길 되 돌리니
때 낀 더벅머리
바람결에 흩날리네.
돌아오라 아들아.
단 걸음에
내가 너를 마중 나가지 않겠느냐
설령 네 모습이 변 하였어도
네 걸음걸이 몸 동작
목소리만 들어도
너인 줄 알리
동구밖 느티나무도 아버지와 함께
짓무른 눈자위로
무딘 세월 견디었나.